글
※거의 창작세계관 수준의 AU 주의
※무언가의 짧은 프롤로그
이제 그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 진 것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익숙해 질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익숙해지는 쪽이 이상한 일인 것도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일에 익숙해지는 것은 동시에 무척이나 슬픈 일이 될것이다.
세상은 커다란 태엽시계이고, 자신들은 그것을 이루는 톱니바퀴중 하나라고 생각해오던 타이렐이었다. 아주 작은 부품 하나라도 빠지면 움직일 수 없는 그런 종류의. 타이렐이 그렇게 바라본 세상은 삐걱거리긴 해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기만 했다. 그랬던 세상이 갑자기 재정비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버린 것이 바로 사건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톱니바퀴가 고장이 난다면, 그것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단, 그 교체당한 톱니바퀴가 자신이었다는 것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타이렐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도 그를 볼수도, 기억 할 수도 없게 되었다. 투닥거리던 동료도, 마음에 들지 않던 상사도, 뭔가 뒤가 구린일을 하던 관계자들도, 그를 알던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타이렐' 이라는 사람의 존재와 그가 있었던 흔적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가 이뤄낸 얼마 없는 성과들은 전부 다른 사람이나, 우연의 산물로 인한 발견으로 변해있었고, 그가 만든 것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답답하고 억울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슬픔을 알아 줄 수 있는 것은 본인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투명인간이었다. 벽과 벽 사이를 통과 할 수만 없을 뿐이지, 이 존재감은 그야말로 투명인간이다. 유령이라도 된 기분이다. 자신은 분명히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데. 아무도 그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래선, 그가 이런 상황에 처한 이유조차도 알아낼 방법이 없겠다. 일단 그래도 여러가지 가설을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케이오시움에 의한 일 이라는 가설이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가 없다.
아직도 이곳에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니,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 사람들이 몰래 실험을 하고 있었기에 그 타깃으로 자신이 선택된 것이 아닌가. 이런 선택따위는 받고싶지도 않았는데.
그는 이곳 저곳, 의심이 가는 곳을 찾아 다녔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게 이 세계를 조정한 그 사람만큼은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조사를 하는 것은 쉬웠다. 오히려 서두르고 있는 것은 자신 뿐인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가 없어도 이 세계는 잘 돌아가고 있다. 마치 처음부터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 처럼, 처음부터 그가 그 곳에 끼워져있던 톱니바퀴가 아니었던 것 처럼. 오히려 이전, 자신이 있던 과거가 더욱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어선 안 되는 그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아웃사이더. 이곳에서도 존재 할 수 없고 완벽히 사라질 수도 없는 그런 몸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잭오랜턴 처럼.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자신과 겹쳐보였다. 눈앞에서 아른 거리는 환상을 지우기 위해 고개를 저어도, 처량하게 등불을 들고 다니는 자신의 환영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피곤한 모양이다. 타이렐은 생각했다.
차라리 자신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도 잊을 수 있게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았을텐데. 화가 나는 동시에 무척이나 슬퍼졌다.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그의 성격대로라면, 이 상황에 대해 누군가에게 따지고 물어, 이 상황을 해결 해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유일한 돌파구가 막힌 기분이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심장은 충분히 젖어있었다. 슬픔의 눈물이기 보다는, 분을 이길 수 없어 땀처럼 맺친 눈물이었다.
성과 없이 그저 같은 곳을 맴돌기만 몇 시간 째,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에 그가 점점 시들어 갈 때, 누군가가 그의 등을 두드렸다.
"타이렐, 여기서 뭐해애?"
이런 상황에도 그닥 반갑지 않은 그 목소리는 그의 상사인 리니어스 상급 엔지니어였다.
어떻게 자신이 보이는 것일까. 왜 하필 자신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이 사람인가. 이 사람이 이 상황을 초래한 것인가. 케이오시움의 연구에 손을 댈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타이렐이 눈을 가늘게 떴다. 평소에도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진 않은 상대다.
"그렇게 보지 말고, 타이렐. 무섭잖아."
"당신이 저를 무서워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가아. 뭐, 사소한 거에 신경쓰지 말고. 아까전의 질문,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나 대답해 줄래애?"
타이렐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 더욱 사소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사의 요구는 웬만해선 거절하지 말자는 것이 타이렐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말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흐음~ 그렇구나아."
그리고 정적. 리니어스와 타이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 사람과 계속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낼 수는 없겠다고 생각한 타이렐이 먼저 등을 돌렸다.
"타이렐."
그가 등을 돌리길 기다렸다는 듯이 리니어스가 말했다.
"무슨일이시죠."
"음, 그냥 아무것도 안물어보나 해서. 타이렐 군은 자신이 처한 이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위기감조차 느끼지 않는 건가. 궁금해진 것 뿐이니까."
"물어볼만한 기력도 잃어버렸습니다. 당신과 대화하면 그 기력이 더욱 빨려나가는 기분입니다. 당신은 분명히 의심스럽지만 쉽게 물어 볼 수가 없군요. 물어봐도 솔직하게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리니어스는 만면에 미소만을 가득 띄우고 있다.
"타이렐은 뭔가, 나에 대해서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니 걱정하지마. 오히려 너에게 있어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구우."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당신이 꾸민 일입니까?"
이런 것이 무엇인지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타이렐은 그가 모든 것을 꾸몄다는 확신 아래, 그렇게 말했다.
"꾸몄다니, 그런 악당같은 말은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단지 지금은 조정 중 일 뿐이니까아."
세상이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이야기를 처음에 말했었지. 리니어스가 타이렐의 마음을 읽는 듯이 말하기 시작한다.
세상을 톱니바퀴라고 한다면, 타이렐은 바로 그 세상에 초대 받지 않은 부품이었다. 처음부터 이 기계에 끼워질 수 없는 부품 중 하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존재였을 수도 있고, 이곳과는 다른 세계에서 존재하던 사람 일 수도 있다. 리니어스는 그 부품을 주워 어떻게든 이 시계에 끼워넣으려고 하는 사람이었다.
어디서 그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는지. 왜 그라는 존재에 눈을 뗄 수 없었는지. 단순히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 정신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리니어스가 원래는 있을리가 없는 존재를 세계에 존재시키고, 그 이후로는 계속 그가 그를 이 곳에 있게 했다. 그가 있기에 타이렐이 존재했다. 타이렐이 기억하고 있지 못할 뿐이지, 이 현상은 그에게 몇번이고 일어났던 일이었다. 항상 옳음을 추구하던 타이렐이지만 그라는 존재 자체는 불안정 그 자체기에, 몇번이고 지금과 같은 조정기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항상 조정기간이 끝나면 그 동안에 있던 일은 하룻밤 꿈처럼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걸 믿으라고 해도 믿을 수 없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우습지도 않는 장난은 그만해 주세요."
"믿지 않아도 타이렐에게는 큰 영향은 없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은 없어. 너에게는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고. 어차피 금새 잊어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시작 될 테니까."
리니어스는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지만 타이렐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만약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대체 무엇인가.
"바로 내가 그걸 알기 위해서 지금까지 계속 너를 붙잡고 있는 거지만."
또 다시 생각을 읽는 듯한 말투로, 리니어스가 대답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내가 타이렐을 독점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 나만이 기억하고 있는 둘 만의 시간이네. 기념비적이야."
연극의 오프닝 멘트 같은 과장된 어투로 그가 말한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파악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런 시간은 평생 주어지지 않겠지.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타이렐."
리니어스의 목소리와 함께, 괘종시계의 울림소리가 들렸다. 아침 9시를 알리는 시계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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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제목은 슈타게 챕터명에서 따왔습니다 아마 계속 따올듯 중2하다